2000년대 한국 문학에는 100만부 넘게 팔린 3대 소설이 있다고 합니다.
먼저 김훈의 '칼의 노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그리고 이 책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이렇게 3작품이라고 하네요.
제가 읽기 전부터 화제작이었고, 작년말에 정유미, 공유 주연으로 동명의 영화까지 나온 화제작이라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김지영'은 공무원 아버지, 그리고 미용실을 경영했던 어머니 사이의 삼남매의 둘째이고, 위로는 언니, 아래에는 남동생 사이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다가 착하고, 성실한 남편 '정대현'을 만나서 잘 살다가, 아기를 갖게 되고, 육아를 같이 해줄 사람이 없어서 회사를 퇴직한 가정주부가 됩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남편에게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친정어머니 목소리로 '정서방'이라고 하지를 않나, 과거 남편과 자신의 동아리에서 만난 여자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추석 때 시댁에서 친정어머니가 되어 시댁 식구들한테, '나도 내 딸 보고 싶다' 라고 호통을 치기 까지 합니다.
그러면서 그녀의 과거로 돌아가서, 태어났을 때 딸이라서 낙태 당할 뻔 하고 (김지영과 남동생 사이에 있는 아이가 딸이라서 낙태 당함), 아버지 다음으로 남동생에게 밥이 올라가고, 학교에서는 남자들이 먼저 번호가 불리게 되고, 중학교 때 여학생의 복장규제가 심했으며, 고등학교 때 대중교통에서 스토킹 범죄를 당하게 되는데, 여기서 자기 아버지가 여자애가 조신하지 못해서 당한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대학교 때 동아리 선배와 사귀었으나, 헤어지고 나서 '씹다 버린 껌'으로 표현되게 되고,
택시에서 첫 손님으로 여자는 안 태우는데 태워준다는, 여성폄하 발언을 들었고, 회사에서 취업 및 부서 이동에서 남자들보다 차별을 당했으며, 회식 자리에서도 성희롱을 당하고,
가정주부가 된 후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다가 벤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에, 맘충이라는 폭언을 듣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쓴 책이라고 하는데, 이런 일을 한 사람이 다 겪을 수는 없을 것이고, 아마도 수많은 여성비하 및 차별을 김지영이라는 캐릭터에 담아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주인공 김지영은 수동적인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언니인 김은영이나, 어머니와 달리 위와 같은 모욕에 대해 즉시 대처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응어리처럼 남아 있구요. 그런 점들이 쌓이다가 갑자기 친정어머니나, 다른 여성들이 빙의하는 정신착란 증세가 나타나게 됩니다.
위와 같은 일들이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지는 보편적으로 벌어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런 일들은 명확히 잘못된 것이며,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러한 행태들은 절대 대한민국 대부분의 남성들의 특징은 아닐 것이며, 아주 극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저러한 사고방식을 가진 남성들이 있다면 지금 세상에서는 오히려 살아남기 힘들어 보입니다.
다만 주인공의 어린시절 학교에서나 가정에서의 일들은 많이 없어진 악습이겠고, 지금의 직장에서도 승진에 차별을 받는지는 잘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만,
직장에서의 회식자리에서 성희롱, 그리고 가정주부에 대한 맘충이라고 부르는 등 아직도 없어지지 않는 악습. 여성혐오, 경력단절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성희롱이나, 무조건적인 혐오는 당연히 없어져야 하며, 앞으로 나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가정주부에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일자리들이 만들어지기도 바랍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김지영/정대현 부부는 2016년 현재(책출간일 기준)로 돌아와서 정신과 상담을 받습니다.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는 아내가 아이 때문에 페이닥터가 되다가, 나중에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되어 주인공 부부에 대해 공감한다는 식으로 예기하나,
나중에 같이 일하는 간호사가 육아 때문에 그만둔다고 하니, 다음부터는 미혼으로 구해야 겠다고 다짐합니다.
결국 세상의 인식이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뭔가 새드엔딩입니다.
소설을 읽고, 동명의 영화도 같이 보았습니다.
원작은 사례의 나열이 계속되고,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큰 희망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 김지영은 다시 재취업에 성공하고, 남편 정대현은 육아휴직을 해서, 아내를 돕습니다. 그리고 김지영의 친정어머니도 김지영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으로 나오게 되지요.
단순한 과거의 나열보다는 지나가는 에피소드 회상으로 만들어서, 그녀가 왜 힘들었는지 개연성을 부여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미래는 가족의 힘으로 (남편과 어머니) 밝게 빛나도록 해피엔딩으로 만들어 줍니다.
원작에서의 갈등이 영화로 봉합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 소설을 볼 때는 원작을 보시고, 나중에 영화도 보시는 것을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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